아동센터 교육봉사를 마치고_교육봉사 후기

2021. 10. 28. 12:25Journal/Tips

 이전에 서울 모 여고에서 교육봉사를 했을 때와 아동센터 교육봉사는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초등학생과 고등학생이라는 단순한 나이 차이의 문제도 있겠지만, 아동센터에 계시는 자원봉사자 및 사회복지사 선생님들께서 너무 좋은 분들이셔서, 봉사하는 내내 즐겁게 보낼 수 있었다.


  • 아동센터에 대한 편견

가장 큰 포인트가 아니었나 싶다. 아동센터라고 하면 보통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생각했는데, 그뿐만아니라 맞벌이가정이라 방과후 시간 아이들 보호가 어려운 경우, 아동센터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음에 들어 다니는 경우도 많았고 최근에는 소득제한 없이 다닐 수 있는 것 같았다.

기본적인 방과후학습(국어와 수학) 프로그램을 제외하고도 중국어나 영어, 일본어 등 외국어 학습 프로그램이 매주 있고, 기타나 우쿨렐레 등 아이들이 배우기 비교적 쉬운 악기 프로그램, 체육 프로그램도 잘 갖추어져 있어 좋아 보였다.

같은 곳에 다니는 또래 친구들끼리 막역하게 지내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형, 누나, 동생들과 같이 지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예절도 배우고 학교라는 사회에 더 빨리 적응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내가 맡은 것은 이 아이들 중 몇몇의 학습보조였다. 국어와 수학 학습을 도와주고, 아이들이 틀린 포인트를 잡아 알맞게 풀거나 학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초등학교를 졸업한 지가 까마득한 터라 오랜만에 초등학교 교재들을 보려니 감회가 새로웠다. 시계 보기, 나눗셈, 곱셈 등등... 나도 어릴 때 이런 걸로 고전했을까, 싶기도 하고 끙끙거리면서도 열심히 하려는 아이들을 보니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 아이들은 편견이 없다

 요즘 초등학생들은 예전 초등학생(아마도 내가 초등학생일 때쯤...)들과 다르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어왔기에, 다소 긴장한 상태로 첫날을 보냈다. 아이들은 여전히 순수하고, 밝고, 착하다. 다만 유투브와 넷플릭스 그리고 스마트폰의 영향이 큰 편이다. 초등학교 3학년짜리가 오징어게임을 봤다며 자랑하질 않나, 어딘가에서 '씹'이라는 어두를 배워와서는 쓰질 않나... 보면서 많이 속상했다.

 편견이 없기에 더 많은 것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아이들인데, 부모님이 나서서 19금 콘텐츠를 보여준다는 것 자체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내 권리는 아니지만 그래도... 아이들을 보호해주지 못한다는 사실이 조금 안타까웠다. 아이들은 그게 잘못되었다는 것은 안다. 비속어를 사용한다거나 예의없게 행동하는 것이 선생님의 기분을 좋지 않게 한다는 것도 잘 안다. 하지만 그걸 적시에 제어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그게 비로소 습관이 되지 않고 멈추는데, 최근에는 유투브가 오히려 더 빠르게 아이들이 자극적인 요소에 적응되도록 하는 것 같다.

 다만 어른이라면 이렇게 행동할까? 싶은 상황에 아이들이 정말 천사처럼 행동할 때도 있다. 보고 있던 책이 찢어지거나, 친구가 갖고 놀던 장난감을 잃어버리거나(물론 초등학생이니 주제가 이런 것들이긴 하다) 하는 등 사고가 일어나도 너그럽게 용서해주고 금세 밝게 웃으며 뛰놀기도 한다. 

 또 아이들은 생각보다 다양한 이유로 우는 것 같았다. 다른 친구보다 내가 못해서, 내가 잘하고 싶은 만큼 잘하지 못해서, 다리에 상처가 나서, 너무 힘들어서, 그냥(?)... 나름의 심각한 고민들이겠다 싶어 위로해주니 포옥 안기는 아이들이 너무 안쓰러웠다.


  • 옷은 뭘 입고 가야 할까?

첫날에는 약간 포멀하게 입었다. 검은 슬랙스에 니트, 검은 재킷으로 입고 갔다. 어딜 가든 욕은 안 먹는 복장이기에...! 일주일쯤 다녀 보니 맨투맨이나 후드티도 허용되는 것 같아 편하게 입기 시작했다.

  • 또다른 귀여운 기억

생각나서 올려본다. 갤럭시z플립이 막 출시되었을 시기인데, 아이들 중 하나가 이걸 만들어왔다. 꽤 디테일해서 놀라기도 했고, 너무 귀여웠다.

제트플립 페이퍼에디션!!

 


  • 마지막 날

아동센터는 아이들이 오는 그 순간부터 바빠진다.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일대일로 봐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에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아아ㅏ무도 모른다. 그래서 마지막 날도 그렇게 정신없이 지나갔던 것 같다. 끝나기 오 분 전에야 아이들에게 귓속말로 선생님 내일 간다고 말해줬다. 고맙게 옆으로 와 나를 꼭 안아주는 아이도 있고, 덤덤히 안녕히 가세요 하는 아이들도 있다.

 가장 기억에 남은 아이는 매번 태권도복을 입고 센터에 오던 초등학교 4학년짜리 남자아이인데, 충분히 잘하고 있는데도 본인 목표치가 높은지 문제집에 있는 오답 하나하나에 스스로에게 강박을 주는 것 같았다. 거의 매 수업 눈물을 보이고 속상해해서 마음이 많이 쓰였다. 처음 나를 뒤에서 포옥 안은 것은. 단원평가에서 만점을 맞지 못해 화가 나 연필을 반으로 부순 날이었다. 그렇게 하기보다는 나중에 내게 조용히 찾아와서 속상했다고 이야기하면 된다고 조용히 타일렀는데, 나중에 내 뒤로 와서 조용히 나를 껴안더라. 그 순간이 왜 이리 감동적이었는지 모르겠다. 이 아이는 마지막 날도 나를 안아주었다.

교직 생각이 없더라도 아이들과 함께한 한 달은 내게 의미가 컸다. 센터에 다음에도 놀러 오라 하셨기에 언젠가 한 번 뭐라도 사들고 갈 생각이다. 아이들이 벌써 그립다.

 

2021.10.24 - [Journal/Tips] - 아동센터 교육봉사를 마치고_교육봉사 장소 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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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교육이라는 진로에 크게 관심이 없는 사범대생이다. (홍철없는 홍철팀 뭐 그런 거...) 그렇지만 졸업요건을 채우려면 교육봉사를 N(N>=60)시간 해야 하기에... 어쩔 수 없이 교육봉사 자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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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은아, 지성아, 유나야, 희찬아, 지윤아 공부 열심히 하렴.